이번 성탄절은 역대급이었다. 24일(금) 성탄전야, 25일(토) 성탄절, 26일(주) 마지막 주일... 직장인들 휴일 같지 휴일이라 힘들었을 테지만, 교회는 정말 숨 가쁜 연말을 보내야 했다. “목사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글쎄요. 아무래도 세 번 다 모이는 건 무리겠죠?”
고민 끝에 성탄전야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리고 나는 이날 마침 하루 금식을 하기로 했다. “대신 성탄절을 알차게 준비합시다. 힘들겠지만 부서별 발표도 하고, 예배 후에 나눔 사역도 하죠.”
그렇게 성탄절을 준비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목사님, 프린터가 고장입니다.” “목사님, 영상 모니터가 안 되네요.” “목사님, 음향이 자꾸 꺼집니다.” 아무래도 갑작스런 한파 때문인 듯하다.
어쩔 수 없이 팔을 걷어부쳤다. “프린터는 카트리지 문제이고, 모니터는 변환기가 나갔고, 음향은 연결 랜선이 접촉 불량이네요.” 사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장비를 들었다 놨다... 이쯤 되면 거의 AS 기사다.
“목사님, 이번 주 최애찬양 영상편집은 어떻게 되나요?” “아, 지금 하려고 하는데...” “몰래산타 물품구입은 어떻게 할까요?” “대충 했는데... 확인 좀 해주세요.” “성탄절 주보는 어떻게 할까요?” “아 맞다. 아직 마무리를...”
갑자기 머리가 멈췄다. 신경이 곤두선다. 출처가 불분명한 짜증이 올라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잠시 멈춤... 혼자 있고 싶어서 방에 처박혀 영상편집을 시작했다. 작업 중 집사님의 인터뷰가 마음에 꽂혔다. “그때는 모든 일이 기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몰아치는 일과 시간 부족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주님이 주시는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 버리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기쁨으로 하면 더 기쁨이 된다. 즐거움으로 하면 더 웃을 일이 된다. 하지만 이 둘을 잃으면 일만 남는다. 그리고 의미를 잃은 일은 씁쓸한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그래 좀 못하면 어떠냐? 실수해도 웃으며 하자. 기쁨으로 감당하자. 은혜로 여기까지 왔는데 뭐...’ 크게 기지개를 편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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