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1여전도회 교우들과 함께 봄소풍을 다녀왔다. 가평의 한 수목원에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포천의 ‘허브아일랜드’라는 공원을 방문하였는데 모두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왔다. 권사님들은 소풍을 맞이하며 각자 분담한 음식을 준비해오셨다. 한분은 하루 전에 교회에 오셔서 열무 겉절이를 만드셨고, 다른 분은 밭에 나가 쑥을 캐어 떡을 만드셨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손길 덕분에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풍성한 식탁이 되었다.

원로장로님께서 기도를 하신 후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밥이며 반찬이며 후식이며 더할 나위 없는 식탁이었지만 정작 떠먹을 수저가 없었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나무젓가락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구할 방도가 없었다. 그때 권사님 한분이 기발한 제안을 하셨다. 그냥 손으로 먹자는 것이었다. 당황하였지만 모두 아무런 불평 없이 양손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꼈다. 그리고 상추에 고기를 얹어 쌈을 싸고 밥을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이 광경을 다른 분들이 보았다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재미있었다. 인도로 여행 온 것 같다는 농담에 웃음이 번지고 서로 손으로 음식을 나누며 훈훈함이 감돌았다. 자칫 남탓하며 불평하고 원망하며 끝날 수 있던 상황이 재미있는 기쁨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잊지 못할 추억 하나가 만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핍이 꼭 불편한 것은 아니구나.’ 결핍은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그것은 ‘1-1=0’인 것처럼 자명한 계산이다. 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고 누릴 수 없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 결핍, 특별히 믿음의 공동체가 함께 하는 부족함은 ‘전혀 다른 계산’이 나온다. ‘1-1=∞’... 이유는 간단하다. 부족함을 사랑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결핍이 있는 곳에 오히려 사랑이 드러난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해프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감동이었다. 우리 교회에서 ‘다른 계산’을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했다. 분명 우리 교회는 큰 교회에 비해 부족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처럼 사랑으로 채운다면 오히려 감사의 제목이 늘어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