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전주에서 사역하는 친구 목사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웬일이야? 이 아침에... 내가 보고 싶은 가봐?” 이런 능청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내게는 얼마 안 남은 허물 없이 지내는 친구이다. “그럼, 보고 싶지. 그런데 그게 아니고...” 그리고는 갑자기 목소리가 담담해진다. “음... OOO 목사가 소천했어. 오늘 새벽에 갑자기...”

신대원 시절 셋이 함께 방을 쓰던 동기목사의 부고소식을 듣고 머리가 멍해졌다. “어떻게? 며칠 전에도 유튜브에 설교영상 올리더만...” “코로나래... 이틀 전에 갑자기 악화 되었다네. 나도 금방 형님 연락을 받고 알았어. 가족들 모두 병원에 격리 중인가 봐.”

사망자가 연일 최고치를 오르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주위 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것도 왕성하게 교회개척에 뛰어든 젊은 목사에게 이리 황망한 일이 일어날 줄이야... “망치로 머리를 맞은 거 같아. 사역에 바빠서 일 년 넘게 못 봤거든” 친구가 더 놀랐을 것이 분명하다. 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 역시 가깝게 지내던 동기였다. 성격이 달라서 자주 다투기는 했지만 어려울 때 돕고 지낸 사이다. 그런데 관계가 소홀해진 건 6년 전 일이다. 예고 없이 교회를 찾아 왔다. 식사를 하고는 사역에 관한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다가, 생각이 맞지 않아 서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연락이 끊겼다. 몇 년 후 갑자기 장문의 문자가 왔다. 서로 마음을 풀자는 내용이었다. 하필이면 그때 나는 시베리아 선교 중이었다. 바쁜 일정으로 제대로 답을 못했다. 솔직히 마음이 정리되지도 않았다. 그냥 한국에 돌아가면 만나서 얘기하자고 연락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만감이 교차한다. 그때 연락할 걸 그랬다. 만날 걸 잘못했다. 내가 참 속이 좁고 아량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내보면... 지나가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부디 나의 어리석음이 교우들의 지혜로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