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왔네” 인터폰 소리를 들은 아내가 급하게 이것저것을 챙기고는 문을 나선다. 또 택배님께서 왕림하셨나 싶어 궁금해서 기다렸더니 들어오는 아내의 손에 롤케익 하나가 들려져 있다. “요즘에는 그런 것도 배달해주나봐?” “아니, 어떤 분이 주신 거야?” “교인이셔?” “모르는 이웃분... 당근 통해서 만났거든...”
이게 무슨 소린지 아시는 분은 아실 거다. 최근 들어 많은 주부들의 생활창구가 돼버린 중고거래 앱, 당근 마켓 이야기다. 중고거래와 당근이 뭔 상관인지 궁금하신 분이 있겠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살펴봤더니 “당신의 근처”의 줄임말이란다. 한 마디로 로컬 기반 거래플랫폼인 셈.
사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매체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다. 이 카페는 아직 유효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업자들의 난입, 사기 피해 급증 등으로 그 자리를 당근마켓에게 뺏겼다.
당근마켓의 큰 장점은 이웃들과의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빠르고 안전하다. 뿐만 아니라 훈훈함까지 더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 아내가 그렇다. 예지 장난감을 무료나눔을 하고는 답례로 롤케익을 받았다. 자발적인 나눔과 자발적인 감사... 어찌 보면 가장 행복한 거래다.
“오빠, 나 잘했지?” “그러게, 나누고 또 받으니 기분이 좋네.” 생각해보니 얼마 전부터 집 한구석에 외롭게 앉아있던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이제 알았다. 당근을 통해 다른 누군가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교회가 당근과 같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초대교회의 유무상통처럼 서로의 빈자리를 함께 채우며 따스함을 만들어가는 공동체... 나뉨과 갈등이 아닌 나눔과 감사가 넘치는 공동체... 그것이 주님이 소망하는 참 교회가 아닐까?
날이 추워진다. 교회를 향한 비난도 거세진다. 답답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더 잘하라는 더 열심히 하라는 하나님 음성으로 듣는다. 아무래도 우리 교회 이름을 당근교회로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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