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하나님께서 싫어하실만한 못난 생각이 있다. “나만 잘하면 돼.” 이 생각이 뭐 그리 못난 생각이냐고 의아해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하는 분도 있겠다.
하지만 이 생각에는 두 가지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첫째로 남을 탓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한 어떤 일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났을 때 마음 밑에서 이런 말들이 불쑥 올라온다.
“이건 OOO이 못했기 때문이야. 난 할 만큼 했어.” 이렇게 정당화된 비난은 공동체의 독이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둘째로 하나님을 불신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나만 잘하면 돼”를 바꿔 표현하면 “내가 해낸 거야”이다. 그래서 사역에 열심을 다한 후 좋은 열매를 거두었을 때, 마음 얕은 곳에서 많은 물소리 같은 자만의 음성들이 들린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생각 그대로야... 내가 아니면 누가 이걸 해내겠어? 이 결과는 전적으로 내 거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재수 없는 말인지 알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생각 중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 오직 나만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7년 간의 사역 가운데 이런 생각들이 나를,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많이 괴롭혔다는 것이다. 때로는 비난과 비판이 교회를 어지럽혔고, 때로는 자만과 욕심이 공동체를 힘들게 했다. 담임목사인 나조차 이 문제에만큼은 자유할 수 없다. 마음으로 입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쓴 열매들을 처절히 경험했다.
이젠 나만 잘하면 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움과 괴로움이 닥쳐올 때마다 마음 한편에서 자유함이 흐른다.
“주님, 아시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주님께 맡깁니다. 함께해주세요.”
다시 맞이하는 추수감사주일... 나는 더 깊은 감사의 지혜를 배운다. 감사가 제사보다 낫다. 감사가 권력보다 세다. 감사의 사람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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