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멋을 부리고 나가?” 교회로 가는 나를 아내가 불러세웠다. 평소답지 않게 괜한 시비를 거는 아내의 말에 성큼 대답을 했다. “뭐를... 무슨 멋?” 아내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옷을 몇 번 입었다 벗었다 했잖아.” 어이가 없어서 차곡히 설명했다. “날씨가 이상해서 짧은 팔을 입을까, 긴팔을 입을까, 아니면 셔츠를 입을까 한 건데 왜?”
그도 그럴 것이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10도가 넘는 간절기가 이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금방 추워져서 두터운 옷을 꺼내야 할텐데, 올해 10월은 유난히 가을이 길다. 간절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알러지 비염은 귀찮지만, 높은 하늘과 신선한 가을 공기가 참 좋다.
차안에서 갑자기 픽 하고 웃음이 났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의 시비가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연애 때처럼 질투하고 오해하는 일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이상한 관심(?)을 가져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나도 늙어가나 보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당연한 감정이다. 지금이 때가 때인지라 작은 관심조차 귀하고 따뜻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꽁꽁 갇혀 2년을 보냈다.
가끔 교회에 와서 얼굴을 보고 눈 인사를 하지만, 뭔가 모를 아쉬움과 섭섭함이 우리의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 함께 모여 예배하고 얘기하고 밥 먹는 것이 교회인데 독한 코로나 때문에 그러질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그래서 무리를 했다. 아슬하게 방역지침을 지켜가며 가을 나들이를 시도했다. 단풍이 아직 완전치 않은 가을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고 왔다. 모두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4명씩 조를 짜서 길을 걷고, 모노레일을 타고,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는 길, 권사님 한분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목사님, 코로나 때문에 다시는 못 다닐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 너무 좋아요. 죽기 전에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왔다. 좀 더 빨리 나올 걸... 더 빨리 손잡아 드릴 걸 싶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닌데... 작은 관심, 짧은 동행의 가치를 다시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