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초하루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제자들에게 짓궂은 문자 한통을 날렸다. “○○아 나 요르단에서 연락이 와서 국내사역 접고 떠나려고 한다. 가기 전에 꼭 한번 보자.” 잠시 후 답문이 왔다. “목사님 너무 진부해요...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습니다... 목사님이 호랑이 새끼들을 키우셨어요.” 그 스승의 그 제자라고 했던가? 짓궂은 만우절 농담을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청년들의 모습에 잠시 웃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생소한 번호로 전화 한통이 왔다. 일본에 유학 간 청년이었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뜸 묻는다. “목사님 정말 요르단 가세요? 언제 출국하세요?” 아뿔싸, 장난이 너무 심했다. 다른 청년이 그새 문자를 복사해서 일본으로 보낸 것이다. 웃기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상황을 정리했다. “오늘이 4월 1일이라 지금 출국하려고... 만우절이잖니?”

그제서야 웃는다. “아 그러네요. 제가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어요.” 서로 안부를 묻고 또 힘내라고 격려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열심히 책에 파묻혀 새파란 청춘을 보내고 있을 제자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만우절은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접점이 된다. 물론 심한 거짓말은 문제이겠지만,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농담 같은 거짓말이 가능한 공식적인 날이기 때문에 매년 나는 만우절을 놓치지 않는다. 청년부 목사 때에는 사역의 도구로 만우절을 활용하였는데 지금 내게 이날은 그리움이 되었다.

청년사역은 소위 3D사역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많은 열정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열매가 적다. 그래서 청년사역자들의 공통된 고충이 있는데 가정을 잘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교회에서 갑자기 청년사역을 맡게 되었을 때 부담이 컸다. 심지어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내게 선물하신 가장 큰 ‘은혜의 선물’이다. 힘들고 고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헤아림 없이 마음을 나누고 계산 없이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영적인 가족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말 간절히 바라는 것은 우리 삼일지체들이 그런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생에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는 따스한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 만우절에는 우리 교우들에게도 마음 놓고 짓궂은 문자를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