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기념하는 ‘성 금요일’이었다. 교우들과 함께 미디어 금식, 릴레이 금식을 하며 특별새벽성회로 고난주간을 보내던 나는 공교롭게도 ‘성 금요일’에 올 들어 가장 힘든 하루를 보냈다.

지난밤부터 열이 조금 있었는데 새벽예배 후 편도가 붓고 목소리가 잠겨버렸다. 몸살에 콧물감기까지 와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버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금요기도회를 취소해야했다.

특새 설교준비로 생체리듬이 깨진 것이다. 주일설교를 준비하듯 새벽설교를 준비하였는데 일주일 동안 긴장을 풀지 못해 불면증이 도졌다. 아내는 어차피 티도 안 난다며 쉬엄쉬엄 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먼 길에서 달려 성회에 참여하는 교우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비몽사몽간에 전화벨이 울렸고 문자가 도착하는 소리들이 간혹 들렸다. 그러나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아팠던 게다. 얼마가 지나서 눈을 떴다. 아내가 가져다 놓은 약봉지와 불빛이 반짝 거리는 핸드폰이 보였다. 폰을 열어봤다. 아내에게 문자 한통이 왔다.

“교회에 권사님들이 모여 계십니다. 누가 있는지는 안 여쭤보았고 목사님이 아프다고 말씀드리니까 기도하시겠다고 하셨어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그동안 사역하면서 담임목사라는 책임감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내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내가 버텨야 모두가 버틴다.’ 정말 불편한 마음으로 기도회를 취소했는데 권사님들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무거운 책임감은 사명감의 한 부분이지만 한편으론 교만함일 수 있다. ‘내가 버텨야 한다’는 생각의 저편에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교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시고 부흥의 주체는 성령님이신데 정작 나는 내 열심에 취해 오버하며 영광을 가린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문자 한통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소망이 흘러나왔다. 덩달아 체온 돌아오고 생기가 회복되었다. 몸살감기야 얼마 지나면 그치겠지만 영적인 교만은 또 다시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때마다 정말 많이 아프고 정말 많이 행복했던 ‘성 금요일의 기억’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