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기보다 숫기가 없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심할 때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로만 다닌다. 매일 강단에 서는 목사가 어쩐 일인가 싶겠다. 강단에 올라선 후 눈앞이 하얘진 적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힘들어도 참는 것이다. 나름 익숙해져 가지만 간간이 울렁증이 올라 온다.
더구나 힘든 자리는 더욱 괴롭다. 낯선 어르신들을 만날 때나 높은 분들을 만날 때는 마인드 콘트롤을 해야 할 정도다. 지난 교회에서 담임목사님 대리로 굉장히 어려운 자리를 참여했다가 숨이 급하게 가빠져서 급히 화장실로 뛰어간 적도 있다. 말 그대로 허우대 멀쩡한 새가슴이다.
그래서 담임목사가 되어 노회 가는 것이 싫었다. 노회라는 곳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배 목사님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래서 급히 출석만 하고 도망치든가 아니면 일부러 늦게 간 적도 많다.
그런 내가 복지과장님을 만나고 센터장님을 만나고, 급기야 시장님을 만났다.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보도용 사진을 찍고, 의정부시장 표창까지 받았다. 아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을거다. 아니면 박 목사가 결국은 변했다고 얘기할 친구도 있겠다.
맞다. 변했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변했다. 낯짝이 두꺼워진 것도 아니고, 상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얼굴 내미는 것 부담스럽고, 사람 앞에 서는 것 낯설다. 단지 생각이 변했을 뿐이다.
이렇게라도 교회가 칭찬받고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신다면 조금 더 참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보다 더 훌륭한 우리 교인들,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좋으신 하나님이 칭찬받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청을 갈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주민센터를 갈 때마다 발이 잘 떼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참을 만하다. 나는 삼일교회니까...
“뿌듯하고요. 자랑스럽습니다.”
“메달을 보니 더 힘이 나네요.”
“삼일교회 좋은 교회”
성도님들의 기쁜 환영글들이 이어졌다. 맞다. 우리 교회 좋은 교회다. 그래서 내가 견딘다. 그리고 우리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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