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반이 넘었다. 교인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떡을 떼던 “뻔한 예배”를 드린 지가 벌써 그렇게 되었다. 그 평범했던 시간들이 이토록 그리울 줄 몰랐다. 아마 그것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좀 더 잘할 걸 그랬다. 그걸 몰라서 지겹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작년 이맘 때 와보라데이를 준비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그래도 내년은 나아지지 않겠어요?” 갑작스러운 소모임 금지, 예배 인원제한 조치가 경험하면서 생일 같지도 않은 생일을 보냈다.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눈인사만 하고 급히 헤어졌다. 그게 34주년 창립주일이었다.
이제 1년이 지나고 교회 생일이 다시 돌아온다. 확진자 수는 여전히 세 자리이고, 변이 바이러스는 알파에 베타에 델타까지 나타났다. 백신 접종은 한창이지만 재난의 끝은 확실치가 않다. 단지 사람들의 인내가 바닥이 났다는 것과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만 사실이다.
이번 와보라데이는 어떻게 지낼 것인가? 교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까? 나는 영험한 목사님들처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눈이 없다. 또 다른 1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년 교회 생일에 제대로 밥이나 한번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몇 가지는 안다. 그때도 우린 함께 예배를 드릴 거라는 것... 주님이 허락하시는 한 이 강단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것... 그리고 우리들이 함께 울고 웃고 안으며 또 다른 날을 견뎌낼 거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상황을 바꿀 능력은 없지만, 태도를 지킬 마음은 있다.
우리가 바뀌지 않는다면 언젠가 상황은 바뀔 것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 고된 장거리 경주를 끝내고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울고 웃을 것이다. 주님께 감사해서 울고 그동안 서로 고마워서 웃을 것이다.
그게 교회다. 그러라고 주님께서 우리를 한 자리에 모아 놓으신 것이다. 바라기는 이번 와보라데이 때 잠시라도 힘든 일을 내려놓고 모두 같이 웃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홈 > 설교말씀 > 목회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