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백신 때문이 아니다. 작년 미뤄놓았던 정기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였다. 한 달 전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환자들이 많았다. 요즘 잘 되는 곳은 병원과 택배라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중을 재고 피 뽑고 엑스레이 촬영하고 초음파까지... 이제 마지막만 남았다. 공포의 위내시경... 내게는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다. 첫 단추를 잘못 꼈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 역류성 식도염으로 내시경을 넣었다가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ㅠㅠ;;
이미 아내는 한쪽에 누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찾아가 말 붙일 시간도 없이 바로 마취주사를 맞았다. 분명히 둘까진 세었는데 그 이후가 기억이 안 난다. 병원에선 셋 이상의 숫자가 별로 필요 없는 듯...
마치고 아내와 맛있는 걸 먹으러 갔다. 택시 타고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말했다. “괜찮겠지?” 그러나 결과는 괜찮지 않았다. 아내나 나나 문제가 있었다. “두 분 다 소화기관에 염증이 심합니다.”
아내는 십이지장궤양, 나는 위궤양... 그리고 아내는 빈혈증, 나는 고지혈증... 콜레스테롤에 나쁜 게 있고 좋은 게 있는데 좋은 건 없고 나쁜 건 있단다. 간수치에 이상이 있어서 한 달 약 처방을 받았다. 아내 역시 빈혈과 헬리코박터균 때문에 처방을 받았다. 갑자기 약 부자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 우편이 날라왔다. 2년 만에 받은 성적표... 생각보다 더 나빴다. 이렇게 된 이유를 꼽자니 핑계가 한 봉지 가득 쏟아졌지만, 결국 내 책임이다. 관리에 게을렀다. 설교 때마다 얘기하지만 나는 오래 살 욕망은 없다. 하지만 아프기는 싫다. 그런데 아픈 짓(?)만 골라 했다. 혼나 마땅하다.
아내가 심각하게 말한다. “오빠, 운동해야 할 거 같아.” “그래, 해야지... 그런데 그게 왜 잘 안되니?ㅎ”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다. “목사님, 기도해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다시 열심을 내야 하는데 그게 힘드네요.”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다시 해야죠. 첫발부터 내딛어보세요.”
말이 다시 내게 돌아왔다. 당장 천변부터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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