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고난주간을 맞이할 때마다 각 교회에서는 특별새벽기도회가 열린다. 길게는 40일, 짧게는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특새는 한국교회의 오랜 전통이자 자랑이었다.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에는 어머니 등에 업혀 교회에 가던 일이 생각난다.

새벽공기가 쌀쌀했다. 그래서 어머니 등이 더 따뜻했다. 그렇게 도착한 예배당... 집사님들은 대견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쓰다듬으셨다. 예배가 시작되고 나는 마룻바닥에 누워 잠을 잤다. 잠결에 들리는 어머니 기도소리는 자장가처럼 평안하게 마음을 보듬었다.

교인들이 왜 그렇게 열심을 내었는지... 우리 어머니는 왜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는지 잘 몰랐다. 단지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어머니의 입술에는 항상 찬송이 있었다. 나는 등에 귀를 대어 찬송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찬송소리는 밥 짓는 부엌에도 끊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없었던 그 시간... 자식 셋을 홀로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를 찬송으로 감당하신 것 같다. 기도하며 밥을 짓고 찬송하고 장사를 하셨다. “예수는 나의 힘이요 내 생명 되시니...” 정말 십자가 고난을 이겨내신 예수님이 어머니의 힘이며 생명이었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 고난주간 특별새벽성회를 준비하는 목사가 되었다. 우리 어머니들의 고통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는 교우들을 위로해야하는 목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특새를 하지 않으려 했다. 안 그래도 힘겨운 교우들의 어깨 위에 짐 하나 더 얹어 놓는 게 아닌지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회 가운데 장로님들과 의견을 나눈 후 특새를 부활하기로 했다. 당장의 육체적 힘겨움보다 더 무거운 영적인 문제들을 덜어내기 위해서이다. 영혼이 살면 육신이 살아난다. 찬송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기도로 어려움을 극복했던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예수가 힘이 되고 십자가가 능력이 된다. 이번 특새에 꼭 이런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십자가로 회복되고 복음으로 일어서는 참 기적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따뜻하게 추억하는 은혜로운 새벽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