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묵상, 약 챙겨 먹기, 일정량의 도서, 그리고 홈피 관리... 특별한 계획이 필요 없는 반복 일상은 내 하루를 채우는 메인 스케줄이다. 꾸준함이 요구되는 이 루틴은 생각보다 자주 담백과 싫증을 오르내린다.

그런데 최근에 이 일상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다. 바로 35인의 감사 만들기... 1분이 조금 넘는 이 영상을 만드는데 작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이 소요된다.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터라, 그래도 의미 있는 교회창립 35주년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다.

처음 며칠은 재미있었다. 갑작스러운 인터뷰에 당황하는 성도들의 표정을 읽는 것도 흥미로웠고, 가끔 툭툭 던져지는 진심 어린 말이 좋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완성 없이 잠을 잘 수 없는 책임감... 중첩 내용을 식상치 않게 편집하려는 부담감... 그리고 나에 대한 칭찬을 그대로 옮겨야 하는 낯 뜨거움이 마음을 괴롭혔다.

“괜히 하자고 했나?”

전도사님들 괴롭혀서 영상 찍게 만들고, 교인들 부담 줘서 인터뷰를 시킨 것은 아닌지 반성이 밀려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작한 일은 마무리를 지는 것이 옳은 법... 오그라드는 손을 펴서 억지로 하루 하루를 넘겼다. 그렇게 일주일 지났다. 그리고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나름의 수확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릴 때마다 성도들의 관심이 늘어났다. 인터뷰 하신 교인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알고 보니 나도 모르게 선물을 한 셈이다. 그리고 새벽예배 참석 교인들이 적잖이 늘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오늘은 누가 나오는지 궁금하셔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가장 큰 수확은 내 마음이다. 따뜻해졌다. 지난 사진들을 올리면서 추억 역주행이 시작됐다. 무엇보다 하나님께 감사했고, 이때껏 함께 한 교우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아직 갈 길이 태산이지만 부담보다는 기대가 크다. 이 감사들을 마무리하는 날, 주님께서 또 어떤 감사 제목을 주실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하나님이 우리 교회를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