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집 돈 얼마 있어?”

갑자기 예지가 뚱딴지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건 왜?”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히 대답했다.

“그냥 돈이 많았으면 해서...”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제일 민감한 돈 문제... 이젠 하다못해 애들도 돈 걱정을 하나 싶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예지야. 잠깐 이리 올래. 아빠하고 얘기할까?”

해맑게 웃으며 옆에 와서 눕는다.

“얼마 있어야 돈이 많은 거니?”

“음... 백만원은 있어야지.”

웃음이 터지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래... 그럼 백만원 있으면 뭐 할 건데?”

0.1초의 주저함도 없이 말한다.

“나 닌텐도 살 거고, 또 게임칩도 살거야. 그리고 돈 남으면 편의점 가서 사고 싶은 거 살 거야.”

충분히 이해 가는 대목이다. 예지는 지금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오빠 닌텐도를 빌려서 모동(요즘 대세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 볼멘소리를 한다. 약속시간이 끝나거나 요셉이가 갑자기 돌려달라고 하면 금단현상(?)이 일어난다. 그때부턴 아내를 괴롭힌다.

“그렇게 닌텐도가 갖고 싶어?”

“응, 근데 돈이 없어.”

세상 다 산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어 맞춤 설교를 시작했다.

“만일에 닌텐도가 생겼는데 그걸 할 집이 없으면 어떨까?”

“슬프겠지.”

“그치? 그런데 이 집이 얼만지 아니? 닌텐도 1000개보다 비싸.”

“와아 진짜? 엄청나네.”

“그러니 얼마나 감사하니. 닌텐도보다 더 좋은 집이 있잖니. 그리고 게임 같이 할 수 있는 오빠도 있고...”

“가지지 못한 것만 생각하면 항상 불행해진단다. 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잊어버리게 돼.”

너무 장황했나 싶어 말을 멈췄다. 그랬더니 예지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맞는데... 그래도 닌텐도 갖고 싶어.”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나를 꼭 빼닮았다. 우리를 그대로 박아놨다. 조용히 예지를 꼭 안았다. 그리고 함께 닌텐도구입 장기프로젝트를 짰다.(아마 추석이면 가능하지 않을까ㅋ) 안쓰러운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았다. 어쩌면 하나님도 우릴 향해 이런 마음이 아니실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