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랬어. 다시 살아난댔지?” 당찬 아내의 말에 난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아내의 말에 의하면 추운 겨울을 견딘 꽃나무가 꽃을 많이 피운단다. 잘 생각해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생존인지 생명인지 모르겠으나 살기 위해 견뎠고, 견뎌냈기에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더 큰 생명의 그림을 꿈꾸며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허, 거참 신기하네.” 흐뭇한 얼굴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속에 뭔가 울컥한 것이 올라왔다. ‘갱년기인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라일락 한 그루에 내 감정이 쏟아져 내렸다.

1년이 훨씬 넘었다. 사계절을 보냈고 다시 봄을 지나고 있다. 지난 겨울은 참 추웠다. 춥지 않아도 추운 겨울이 있을 줄을, 나이 오십이 돼서야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교회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고 나무가 죽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봄볕이 들면 생명은 돋는다. 하늘을 향해 잎사귀를 뻗고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그리고 큰 생명의 그림을 완성할 것이다.

“이곳에 생명 샘 솟아나 눈물 골짝 지나갈 때에 머잖아 열매 맺히고 웃음소리 넘쳐나리라” 한 그루 라일락처럼 나는 오늘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