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후 요셉이와 함께 TV 앞에 앉아 있었다.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바둑을 잘 모른다. 오히려 열 살배기 아들 녀석이 1년 전부터 학교에서 바둑수업을 받아온 터라 내게는 선생이다. 요셉이는 생소한 바둑용어들을 설명해주며 알파고의 저 한 점이 왜 대단한 수인지 말해줬다.

나는 초등학생의 설명을 들으며 잘 알지 못하는 대국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 이유는 이 대결이 가지는 의미 때문이다. 사람을 이기는 컴퓨터... 인간의 직관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엿보기 위해서다.

구글사의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는 바둑 프로그램이다. 알파고가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이유는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의 신경구조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에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다. 그래서 종합적인 사고판단이 가능하다. 더구나 대국에 앞서 3천만 건의 기보와 수백만 번의 대국을 소화했다고 하니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첫 대국을 마친 이 9단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두 번째 대결에서 패배한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당혹감이 감돌았다. 충격적인 인간의 패배에 대해 많은 비평가들의 부정적 예측들이 쏟아졌다. 한 과학자의 예언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암울한 미래를 얘기하기도 했다. 또한 멈출 수 없는 자기개발과 흔들림이 없는 평정심을 승리의 요인으로 꼽았다. 지치지도 않고 요동하지도 않는, 말 그대로 ‘기계적인 기계’인 셈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대국을 바라하며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아들이 살아갈 가까운 미래는 아무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대접을 받게 될 것 같다. 어차피 효율성과 생산성에서 기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인간은 기계를 따라잡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마음을 붙잡게 되지 않을까?

감정노동자들의 고통과 경쟁에서 소외된 자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는 기계적인 인간을 선으로 여기는 것이다. 기계는 기계다울 때 사람은 사람다울 때 행복하다. 우리의 행복은 하나님의 마음을 회복할 때 완성된다. 오늘부터 나는 요셉이에게 사람다움을 가르쳐야겠다. 실수가 완벽보다 더 위대할 수 있다는 ‘역설의 진리’에 대해 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