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치리스트에 오른 품목이 있다. 얼마 전 구입한 Mac미니PC다. 큰 맘 먹고 큰 값을 치러 구입했다. 하지만 쇼핑백 옆에 가지런히 모셔놓았다. 애꿎은 컴퓨터 액세서리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친구목사가 새 PC의 안부를 묻는다. 아직도 개봉 중이라 대답하면 배꼽을 잡고 비웃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으름의 이유가 궁금했다. 인터넷에서 찾았더니 이 단어가 훅 떠올랐다. “지연행동가” 지연행동가란 주어진 일이나 활동을 시작하거나 완성하지 못하고 미룸으로써 심리적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지연행동을 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불안감, 완벽주의, 결정 장애,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두려움과 완벽주의가 원인인 듯하다. 새 컴퓨터를 열고 처음부터 시작하기가 두렵다. 쇼핑백을 열어 차곡차곡 서류를 정리하기가 괴롭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가짜 감정이다. 막상 해보면 생각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미루는 것은 내려놓지 못한 마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으름이 아니라 미련함인게다.

단지 쇼핑백뿐일까? 새 PC만일까? 우리의 신앙생활에 미뤄놓은 가짜 짐, 가짜 감정들이 얼마나 많을까? 좀 부족해도 좀 모자라도 그냥 시작하면 될 것을 왜 이리 이유가 많을까?

봄이 왔다. 대청소를 할 계절이다. 이제 빗자루를 들자. 방 정리, 마음 정리, 신앙 정리를 시작하자.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내일 일은 내일 하기에도 충분히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