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9시 반까지 교회에서 봅시다.” 자의반타의반으로 평일 아침에 전도사님들을 불러냈다. 얼마나 대단한 사역을 준비하려고 그러나 싶겠지만 이유는 의외다. 조조영화관람... 최근 미국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있는 한국영화 같은 미국영화 “미나리”를 보러가기 위해서다.
코로나 시작되고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안전을 위해 일부러 사람 없는 아침에 모였다. 음식취식이 금지된 고로 팝콘, 오징어, 나쵸를 뒤로 하고 아메리카노 한잔 들고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시작되는 영화... 80년대를 복사해놓은 듯한 아날로그 필름 감성이 충만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가지 단어가 맴돌았다. “소각”과 “가족”이다. 아버지는 소각 당하는 수놈 병아리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땅을 일군다.
이민생활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본 분이라면 이 심정을 이해할 거다. 한국을 떠나 먼 타향까지 건너간 이유는 성공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에 반해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열심이 집착으로 바뀔 즈음 무너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을 위해 몸부림치건만 가족은 점점 불행해진다. 이 말도 안 되는 아이러니를 예전 이민교회에서 직접 체험했다. 이 싸움에 승자는 없다. 상처 끝에 이 말만 남는다.
“For what? 무엇을 위해서?”
이 영화의 마무리는 “엄마”로 끝난다. 엄마는 상처뿐인 가족을 다시 세우는 유일한 희망이다. 이 희망은 엄마의 자기희생을 통해 이뤄진다. 그 희생이 때로는 무익하게 보일지 몰라도 엄마니까 그 일을 감당한다.
“어땠어요?” “연기를 너무 잘하시네요.” “목사님, 너무 따뜻했어요.” 조촐한 단체관람을 마치고 중국집에 가서 함께 짬뽕을 먹었다. 막장과 극단이 판치는 이 시대... 어딘가에는 영화 미나리처럼 따뜻한 공간이 필요하겠다.
소망하기는 우리 교회가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 같은 교회... 함께 미나리 같은 짬뽕을 나눠먹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교회... 갈 길은 멀지만 방향이 명확하니 그리 막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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