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손을 대지 않는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그게 바로 나다.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다. 즐겨하지는 않았지만 마다하지도 않았다. 치킨 비호감의 시작은 군 입대 이후부터다. 높으신 분의 명령으로 개시한 치킨집에 근무하면서 닭이 싫어졌다.
치킨을 튀긴다고 모두가 치킨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치킨과 담을 쌓은 이유는 치킨이 상처로 남았기 때문이다. 밤마다 만나는 까다로운 장교손님들, 부대원들의 따가운 시선들, 그리고 순간순간 올라오는 자괴감...
제대 후 치킨집을 지나갈 때면 풍겨오는 냄새가 그 기억을 소환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내게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 기사로 접한 "동네 치킨집 이야기" 때문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에 주소가 없는 편지 한 장이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비뚤배뚤 손으로 눌러쓴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사연이 기막혔다.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살아온 형제... 치킨이 먹고 싶다고 조르는 동생... 그러나 손에 쥔 돈은 5,000원이 전부였다.
치킨집 사장님이 문 앞에 서성이는 형제를 발견했다. 사정을 물었다. 그 돈을 가지고 들어갈 가게가 없었다. 사장님은 아이들을 가게 안으로 불렀다. 그리고 맛난 양념치킨을 대접했다. 그리고 계산하려는 형의 손을 뿌리쳤다. 배고프면 다시 오라고 명함까지 줘서 보냈다.
얼마 후 동생이 다시 찾아왔다. 공짜 치킨에, 덥수룩한 머리까지 깎여서 집으로 보냈다. 철부지 동생을 나무라던 형은 사장님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편지를 썼다.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였다.
사장님의 형편이 좋았던 것이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여 막노동 알바로 가겟세를 냈다. 그래도 마음은 부자였다. 아이들에게 치킨 한 마리를 튀겨줄 여유는 잃지 않았다. 이 소문은 곧 주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웃들의 격려와 지지가 이어졌다.
기사를 읽고 참 마음이 좋았다. 치킨이 상처가 아니라 따뜻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마음 같아선 다시 치킨을 튀기고 싶었다. 치킨집 목사, 치킨집 교회... 좀 낯설지만 그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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