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제가 이거 당첨되면 이미 쓸 곳을 정해놨어요.” 지난 주 교우 한 분과 점심을 같이 했다. 어려운 시기에 직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아버님인데, 틈나는 대로 교회를 섬기고 교역자를 위로해주시는 귀한 성도이다.
식사 내내 재미있는 말씀을 나누다가 로또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는 비장한 목소리로 품어온 포부를 밝히신 것이다.
“어떻게 사용하시려구요?” “네, 30%는 교회를 위해, 20%는 형제자매를 위해, 나머지는 가족과 선교사를 위해 쓰려구요.” 그런 마음으로 복권을 구입한 지가 10년이 넘으셨다. 물론 한 번도 큰 금액에 당첨된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또 1등 당첨 확률이 814만분의 1이다.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한 해 동안 벼락에 맞을 확률이 50만분의 1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최소한 10번 이상을 벼락에 맞아야 돈벼락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최소한 81억 4505만원의 복권을 구매해야 1등을 맞출 수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불가능이다.
이런 불가능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이유는 대부분 재미 때문이다. 월급쟁이의 빠듯한 살림살이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나마 희망찬 요행을 바라는 것만으로 마음이 즐거워진다. 그대로 표현하자면 “소확행”이 맞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천원쯤 투자해도 손해가 아니라는 마음이 로또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집사님의 소확행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다르게 느껴졌다. 그 바람 속에 사랑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더 마음을 쓰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상황... 교회를 더 봉사하고 하나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으나 자유롭지 못한 상황... 이런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복권 한 장에 담겨 있었다. 다시 말해 복권이 아니라 사랑인 것이다.
“집사님, 제가 기도할게요.” 멋쩍게 대답하며 함께 웃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집사님의 중심을 아시니 그 마음을 사용해주세요. 좋은 일을 이뤄주세요. 로또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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