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되었다. 워낙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대한민국 국회이지만 이번에 선보인 장면은 매우 낯설었다. 일명 ‘필리버스터(Filibuster)’,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장시간 발언으로 국회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을 말한다. ‘필리버스터’라는 용어 자체가 16세기의 해적 사략선을 뜻하는데 말 그대로 정격이 아닌 변칙적으로 국회가 운영되었다.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총 192시간 25분, 9일 간에 걸쳐 진행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가 된 무제한 토론은 연일 청중석에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며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 실제로 참여정당은 지지율이 4%나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누가 최장기록을 경신하는가였다. 최고기록은 원내대표에게 돌아갔는데 총 12시간 31분 동안 쉬지 않고 토론을 이어나갔다. 24시간이 넘는 미국 의회의 기록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다소 엉뚱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금번 무제한토론을 지켜보면서 지난 주일오후예배 말씀이 갑자기 떠올랐다.

“주께서 또 이르시되 불의한 재판장이 말한 것을 들으라 하물며 하나님께서 그 밤낮 부르짖는 택하신 자들의 원한을 풀어 주지 아니하시겠느냐 그들에게 오래 참으시겠느냐”(눅 18:6-7)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12시간을 강단에서 버틴 의원... 삶 가운데 순전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나는 얼마나 버티고 있는가? 또한 주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기도의 자리를 지켜내었는가?

비록 국회처럼 방송이 되지 않고 청중은 있지 않아도 우리의 기도와 삶의 열심을 하나님께서 바라보고 계신다. 가족의 구원, 교회의 부흥, 그리고 영혼의 회복을 위해 드리는 끈질긴 기도... 어쩌면 우리가 회복해야할 처음 사랑, 처음 믿음이 아닐까? 기도하고 얘기하자. 부르짖고 행동하자. 우리도 한번 대단한 기록에 도전해보자. 기도하는 자는 망하지 않는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힘쓰는 열심에 결코 무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