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서둘러서 차 막히기 전에 바로 출발합시다.” 난데없이 전도사님들을 재촉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까지 내려가는 먼 길이라 자칫하면 찻길에서 시간을 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개주의보가 내려져서 도로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급했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 가보는 교역자워크숍이었다. 새로 교육전도사님이 오시면서 팀이 꾸려졌기 때문에 꼭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교회의 사역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다른 교회도 많은데 왜 그 먼데까지 가세요? 힘드실 텐데...” 교인 한분이 걱정스럽게 얘기하셨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탐방도 탐방 나름이지 우리 교회 상황에 적합지 않은 사례를 보고 와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될게 분명했다. 그리고 의례적인 수박 겉핥기식 탐방은 별로 영양가가 없다. 그래서 목회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교회를 찾은 것이다.
생각보다 길이 막히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자욱한 안개...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길을 몇 시간 동안 운전했다. 마치 우리가 지나고 있는 답답한 사역현장 같았다. 그렇게 4시간이 지났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쉴 틈 없이 스케줄을 시작했다. 온라인정오기도회 참여, 비대면 소모임 방식에 대한 브리핑, 그리고 비대면 공예배의 교인 참여에 관한 제안 등...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가 좋고, 시행착오를 통해 현장검증이 끝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빡빡한 교육일정을 끝났다. 그냥 이렇게 돌아가기가 미안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담양 죽녹원에 들렸다. 턱걸이로 폐원시간 전에 도착했다. 급하게 티켓을 사서 서둘러 입장했다.
무섭게 하늘로 뻗은 대나무 숲... 조용히 사역자들과 함께 걸었다. 안개 자욱한, 그리고 어둠이 내려오는 답답한 시간 속에서도 대나무들은 조용히, 그리고 세차게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있었다.
“좋네요.” 전도사님의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뜨거운 댓통에 함께 발을 담그며 복잡한 하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님, 우리도 이런 마음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모함이 어둠 속에서 더욱 커집니다.” 돌아오는 길, 여전히 어둠이지만 찬송을 부르며 그렇게 나아갔다.
홈 > 설교말씀 > 목회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