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마음이 절반이다. 행위와 그 열매가 결국 마음에 의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마음을 품을 것인가에 따라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좌우된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잠 4:23)”는 잠언말씀처럼 마음은 의지적으로 품어야하고 지켜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나쁜 마음, 다른 마음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사실 내 얘기다. 지난 한주 마음 지키기가 참 어려웠다. 거리두기 2.5단계, 5인 이상 사적모임금지가 한 달이 넘어간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적막한 연말연시를 힘들게 지나왔다. 천명이 넘던 확진자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 완만하지만 희망적인 감소세가 이어졌다.

마음속에 작은 바람들이 생겨났다. 혹시 2단계로? 아니면 10인 이하로? 그렇게 된다면 어떤 사역부터 다시 시작할지 희망찬 고민을 했다. 하지만 김칫국이었다. BTJ열방센터 발 감염소식이 집중보도 되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뒤이어 몇몇 대형교회의 대면예배강행, 기도원 발 감염확산소식이 뉴스의 첫머리로 올라왔다.

교계의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일부 극단적 교회기관들의 몰지각한 행동이라든가... 정부의 의도적인 여론몰이라든가... 이유야 어찌됐든 마음속에 한 마디 말만 맴돌았다. “망했다.” 그동안 기대하며 기다려온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상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솟아오르는 분노와 싸웠다. 이렇게 강단에 오르는 것은 은혜가 아닌 것 같아 흩어진 마음을 주워 담았다.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실망은 허상에서 깨어난 자기중심이다. 자신이 원하는 허상이 사라짐으로써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오스왈드 챔버스)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내 마음을 드러내고 도려낸다. 많이 아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야 새살이 돋는다. 새 마음이 된다. 이 지루한 실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도 끝날엔 뭔가 달라져있을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당장 위로가 되진 않지만 목표가 생긴 것 같아 나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