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을 잘해야 한다. 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되거나, 설마 하던 그 얘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내겐 이번 추위가 그렇다. 35년만의 혹한, 북극에서 시작된 한파... 의정부는 한 시간이 채 안되어 겨울왕국이 돼버렸다. 갑작스런 폭설로 자동차는 멈췄고, 예상치를 뛰어 넘은 추위에 수도관은 얼었다.
갑자기 지난 11월, 광고시간에 자주 얘기한 그 말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혹독한 겨울이 찾아올 것 같아요.”
물론 그 말이 이 말은 아니었다. 3차 대유행에 관한 경고였고, 마음준비하고 이겨내자는 취지였다.
예상대로 3차 대유행이 번졌다. 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매일 발생했다. 한 다리 건너 누구의 확진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하 25도... 시베리아 선교가 생각날 만큼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아, 어떡하지?” 목사는 목회생각 밖에 안한다. 집안에 세탁기가 얼어도, 자동차에 경고등이 들어와도 안중에 없었다. 당장 내일 새벽 진행할 신년 특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집사님, 너무 힘드시면 내일 안 오셔도 돼요. 그냥 기도를 녹음해서 보내시죠?” “권사님, 지금 길이 완전 빙판이에요. 아무래도 내일은 집에서 드리는 게 낫겠습니다.”
교회 앞길 눈을 치우다가 고심 끝에 그렇게 전화를 했다. 그냥 속 편하게 교역자들과 온라인방송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새벽이 되었다. 말씀준비로 한잠도 못 자고 밖을 나섰다. 차량 온도가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더 매섭게 추위가 밀려왔다.
교회에 도착했다. 그 집사님이 거기 계셨다. 그 권사님도 자리를 지키셨다.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많은 의미의 눈물이었다. 혹한을 이긴 사랑이 너무 감사했다. 한줄기 강한 희망을 느끼는 것 같아 참 행복했다.
이번 특새는 어느 때보다 은혜로웠다. 말씀준비하며 그랬고, 우리 교인 때문에 그랬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강한 확신 생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속삭였다.
“하나님,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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