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 한해도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크리스마스 준비로, 새해맞이 계획으로 분주하고 정신없을 연말연시이지만, 오늘은 너무 조용하다. 고요한 예배당을 지키며 냉랭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주님께 기도를 드린다.
무엇보다 지난 1년을 어렵게 버텨낸 교우들이 너무 고맙다. 처음 겪어본 일, 처음 걸어본 길이었지만, 그래서 때로는 당황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참 잘 견뎌왔다.
물론 여전히 혹독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지만 예전만큼 걱정되지 않는다. 이제야 비로소 은혜를 이해한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교회를 알게 된 것 같다.
교회는 사람만 모여서 되는 곳이 아니었다. 사랑이 모여야 세워지는 곳이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 형제자매를 향한 사랑,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 그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일들이 빈번하지만 결국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룬다. 모든 문제를 뒤덮고도 남는 하나님의 사랑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탄절은 매우 뜻 깊은 시간이라 하겠다.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세상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빌 2:6-7)”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발 뻗고 편히 자는 엄마는 없다. 하물며 죄악 된 세상 가운데 하나 뿐인 아들을 보내신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것도 예수님이 태어나 누우신 곳은 남의 집 헛간 말구유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잔인한 이야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집 나간 탕아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애끓는 사랑 때문이었다. 그것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누구보다 복잡한 마음이셨을 하나님은 사랑으로 모든 것을 잠재우셨다.
이 사랑으로 있었기에 우리가 있다. 이 은혜로 교회가 세워졌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느 때보다 이 마음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거룩한, 하지만 뜨거운 성탄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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