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만도 감사한 일이지.”

어머니는 지긋지긋함을 감사함으로 마무리하셨다. 갑작스런 전개지만 그래서 믿음이다. 다 알 수 없어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신뢰하며 감사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성탄절이나 송구영신예배가 힘들 것 같아요.” 어머니시라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기도해야지.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실지 우리는 모르니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든 시간을 이겨내셨다. 살길이 막막하여 내일을 알 수 없는 순간에도, 도움의 손길마저 끊어져 마음이 무너진 시간에도 기도의 무릎으로 차가운 예배당을 지키셨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그렇게 신앙을 체험했다. 그렇게 믿음으로 성장했다. 오늘 다시 추운 겨울을 맞이한 우리들이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믿음으로 이겨낸 길, 그 길을 다시 따라갈 뿐이다.

어머니와 나 단둘이 새벽예배를 마치고 훈훈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하늘은 미세먼지에 뒤덮여 희미한 잿빛이다. 하지만 조용하게 떠오르는 태양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괜찮다.

다가오는 새해 역시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하나님의 얼굴이 우리를 향하는 한, 빛은 결국 어둠을 이긴다. 은혜는 반드시 환난을 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