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결혼을 앞둔 한 예비부부와 함께 결혼예비학교를 시작했다. 결혼한 지 고작 10년 넘은 목사가 결혼에 대해 논하고 부부생활에 대해 가르친다는 것이 어패일 수 있다. 더구나 아직까지 온전한 부부생활에 대해 배우며 고민하고 있는 연습생으로서 결혼예비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예비부부를 돕는다. 내가 제일 잘 아는 것, 그리고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나눈다. 그것은 바로 ‘싸움’이다. 나의 결혼예비학교는 ‘싸움을 가르치는 학원’인 셈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이 있다. 아마 결론이 없고 끝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 비유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칼로 얼음 베기’였다. 끝도 없고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상처는 깊이 남는다.

신혼시절,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목숨처럼 사랑했던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결혼을 통해 새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인생이 다가왔다. 행복을 위해서 결혼했으나 결혼만으로 행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가장 큰 패인은 이것이었다.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 눈 뜨면 보고 싶고 헤어지면 만나고 싶은 ‘열정의 로맨스’는 사랑의 발톱도 되지 않는다. 함께 살면서 안보이던 부족함이 보였고, 부족함이 드러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쏟아냈다. 그런 잘못된 싸움들은 서로의 마음을 얼음장 같이 만들었고, 얼음장 위에 이런저런 상흔들을 남겼다. 결론은 당연했다.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으니까...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고전 13:4a)

나는 예비부부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사랑을 하지 말고 사랑을 배우라.” 부부간의 온전한 연합은 자기식의 사랑이 아닌 서로를 위해 십자가를 질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가정이며 가정은 교회이다. 그렇다면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진정한 사랑’이다. 사랑을 배워야 사랑할 수 있다. 삼일교회 올해의 목표는 ‘하나됨’이다. 모두가 연습생의 자세로 사랑을 배우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행복함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