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멍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랜 부교역자 생활 때문에 멍석 까는 일은 익숙하지만, 정작 남이 깔아놓은 멍석에 올라가는 많이 힘들다. 가끔 멍석에 올라갈 기회가 생기면 온 몸이 마비가 되는 듯한 쑥스러움으로 며칠을 시달리기까지 한다.

한때 이름 없는 가수였고, 방송출연 경험들도 있다. 심지어 몇 차례에 걸쳐 단독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제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항상 무서웠고 매번 낯설었다.

이런 맥락의 경험들은 삶으로도 이어졌다. 책임자들이 모이는 중요한 자리, 유명 목회자들을 만나는 어려운 자리는 어떻게든 피하려했다. 그러나 사역 상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면 그때부턴 안절부절 자체였다. 심지어 심장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멍석도 보통 멍석이 아닌 시장님을 만나는 멍석이었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에게 떠벌리는 쑥스러운 자리였다. 마스크 일 만장을 기증하기 위해 시장실에 들어갔다.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했다. 심지어 시장님과 차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시장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시장님은 생각보다 소탈했다. 그리고 진행시간은 시간보다 길었다. 다행히 장로님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를 다소 덜어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쑥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시청을 나오자마자 1시간도 안되어서 10건의 기사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전화가 왔다. “목사님, 마스크 끼고 계셔서 잘 못 알아보겠어요. 고생하셨어요.” 고생했다는 말보다 못 알아보겠다는 말이 참 고마웠다. 이번 사역의 목적은 나보다는 교회요, 교회보다는 주님이신데, 이렇게라도 하나님의 얼굴을 드러나고 영광을 드러나면 그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

교인 한분이 이렇게 카톡을 올렸다. “우리 교회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그 밑에 이렇게 댓글을 달고 싶었다. “저는 삼일가족들이 더 자랑스러워요.” 교우들과 함께 라서 이 일을 했다. 쑥스럽지만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