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지금 그 말처럼 적당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마음을 졸이며 추석연휴를 보내고, 작은 기대로 붙잡고 새 주일을 기다렸다. 확진자 수는 세 자리에서 두 자리로 내려왔고, 연일 격앙된 보도를 내뱉던 언론도 진정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않은 일이 생겼다. 일명 의정부 마스터플러스병원 집단감염사태...

14명에서 26명으로, 26명에서 36명으로, 급기야 48명까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좀처럼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다. 더 난감한 것은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거리에는 행인들이 끊어졌고 가게에는 손님들이 사라졌다.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엔 취재진들이 지나다닌다.

덕분에(?) 호원동이 유명해졌다. 여기저기에서 안부전화가 걸려왔다. 뭘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그냥 웃어 넘겼다. 나 역시 여기저기로 연락을 드렸다. 혹여나 어려움을 당한 교우가 없는지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서 돌이켜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병원 주위를 떠돌던 환자들의 모습이었다. 환자복을 입은 채 카페며, 식당을 드나들었다. 저래도 되는 건지 의아해했지만 그냥 넘겨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나니 어쩌면 예고된 위험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병원은 방역의 최전선이다. 방역당국이 촉각을 세우는 종교시설이나 방판업체보다 더욱 그렇다. 다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지역에서 모여든다. 그것도 잠시 머물지 않고 오래 머문다. 밥도 먹고 잠도 잔다. 시설에 따라서는 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허술한 관리는 곧 독이 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 묻는다면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고삐 풀린 마음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코로나 발생 260일... 인내심이 바닥난다. 마음이 땅에 떨어진다. 조금씩 믿음의 빗장이 허술해진다. 맞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오늘을 살아내야 하기에... 다시 시작해야하기에... 이 뻔한 말을 다시 건넨다. 그래도 무너지지 말자. 함께 견뎌내는 교우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