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추석연휴가 끝나간다.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이 다함께 모일 수 없는 특별한 명절이었다. 다소 신경 쓰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조용하고 친밀한 만남 속에 따뜻하게 보낸 것 같다.

먼저 부모님을 모시고 포천 일동에 있는 작은 온천을 다녀왔다. 적은 금액으로 가족탕을 빌렸는데 생각보다 낡고 작은 탕이었다. 그래도 안심하고 잠시 몸을 풀 수가 있어 좋았다.

온천에서 나와 카페 야외테이블에서 앉아서 준비해온 음식을 먹었다. 사람이 워낙 드문 곳이라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다. 사장님이 반가워하시며 부추전을 부쳐주셨다. 부모님과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나누다가 땅거미가 지고서야 돌아왔다.

다음 날은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영종도에 다녀왔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뚝방 옆에 차박족과 낚시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무의도를 가려는 계획을 버리고, 인천대교 옆 작은 공원으로 핸들을 틀었다.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바람에 갈대숲이 흔들리고 있었다. 준비해 간 접이의자를 펴고, 공수해온 뜨아(커피)를 꺼냈다. 바람이 꽤 있었는데도 다들 좋아하셨다. 집콕에 마음이 지치신 게 분명하다. 근처 식당에서 매운탕을 시켰다. 따뜻한 국물에 마음까지 풀렸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아이들과 함께 늦잠을 잤다. 새벽예배로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쉽지 않은 일상이다. 뒹굴뒹굴 아침이 다 지나버린 게으른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요셉은 슬그머니 친구집에 놀러갔다. 예지는 지 방에서 꽁냥꽁냥 엄마와 수다를 떤다.

이렇게 긴 연휴가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이 남지만, 잊고 있던 여유로움을 찾은 것 같아 나쁘진 않다. 때로는 뭔가를 하는 것보다 뭔가를 안하는 것이 훨씬 나을 때가 있다. 정리는 버리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한 일본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일상은 너무 많은 것으로 채워져 있다.

채우기에 바쁜 삶은 공허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걸 알면서도 왜 다시 그 고생을 하는지... 내일, 새롭게 시작하는 일상... 이젠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