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번 추석은 같이 못 모이겠다. 아버지한테는 내가 얘기할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상황이 닥쳐오니 여러 생각이 겹친다. 한번 모이지 않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인가 하겠지만, 부모님들에게 명절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일 년에 두 번, 두 분 생신까지 합치면 네 번 가족이 함께 모여 얼굴을 본다. 물론 별로 하는 일은 없다. 같이 식사준비하고, 한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다과 먹고, 또 치우고... 그러다가 TV를 보고 입이 심심하면 근처 카페에서 커피배달해서 먹고... 말 그대로 먹다 끝난다.

하지만 이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이 부모님들에게 중요한 것은 못 먹고 살아서가 아니다. 어른행사 한번 독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살피고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과 나는 아버지 아들, 어머니 딸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걱정이 되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말씀이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하겠니? 담에 모이면 되지.” 어머니 역시 비슷하게 대답하셨다. “괜찮다. 그냥 너희 아이들하고 밥이나 한번 먹자.” 어머니는 더구나 올해가 팔순이시다. 나름 섭섭함이 있으실 텐데 그냥 그러고 마신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괜히 죄송했다. 그리고 비슷하게 이번 명절을 보내실 우리 실버들이 생각났다. 외롭지 마셔야할텐데... 속상치 마셔야할텐데... 시간이 될 때 얼굴을 한번 뵙고 전화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살아 사람이고 인정을 나누니까 인간인데, 코로나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인간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참 괘씸하다. 그래서 빨리 끝내고 싶다. 이번 가을특새 때 한 집사님의 기도가 기억난다. “하나님, 코로나 이전이 너무 그립습니다.” 딱 내 마음이었다. 너무 그립고 너무 아쉽다. 그래서 이번 명절은 아무래도 기도를 많이 하며 보내야겠다. 주님께서 우리 실버들을 불쌍히 여겨주셔서 다음 명절은 제발 이러지 않도록 재난을 그쳐달라고 간절히 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