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미쳐가고 있다. 자가 격리에 가까운 2.5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LP턴테이블처럼 같은 공간 같은 일상을 맴돌다가 지쳐버린 것이다. 나 역시 다를 바 없다. 요일만 바뀔 뿐 거의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다시 일주일을 이렇게 보내야한다니 벌써 짜증이 밀려온다.

목사로써 부끄러운 얘기지만 요즘 제일 위안이 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고민 없이 “야구중계 시청”이라고 대답하겠다. 응원팀 LG 트윈스가 간만에 우승을 넘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매년 이맘때면 하위권에 알아서 내려오던 팀인데 올해는 어쩐지 불안할 만큼 잘한다.

더불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도 선전하고 있다. 새 팀으로 이적한 류현진 선수나 미국에 첫발을 디딘 김광현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진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아침에는 메이저리그, 저녁에는 KBO리그를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좀 부끄럽네요^^;;)

그런데 지난 한 주의 야구 시청은 나름 유익이 있었다. 양 리그에서 뛰고 있는 두 선수 때문이다. 먼저 류현진 선수가 드디어 3승을 거뒀다. 그런데 그 과정이 찬란했다. 야수들의 실책, 주자들의 주루사, 그리고 타자들의 답답한 방망이... 어느 하나 도움이 되는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던졌다. 그리고 이겼다.

한국에서는 박용택 선수가 홈런을 쳤다. 홈런 친 것이 뭐 대단한가 싶지만 박 선수의 나이를 고려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79년생, 올해 42세... 타자로써 생명을 다한 최고령 선수이다. 하지만 매 경기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여 막힌 타선에 숨통을 튼다. 그리고 승리를 연다.

두 선수는 각기 다른 곳에서 운동하지만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꾸준함, 그리고 부단함...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신앙생활하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위기를 버텨내면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어떻게 다시 한주를 더 견딜지 벌써부터 갑갑하다. 그래, 말씀 보면서, 또 야구도 보면서 믿음(?)으로 버텨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