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글쓰기가 참 어렵다. 극도로 민감한 시기이고, 최고로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10월 재확산설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졌다. 교회는 그동안 대면과 비대면 사이를 줄타기하며 조심스럽게 예배의 문을 붙잡고 있었다. 최소한 교회가 감염의 통로라는 오명만큼은 다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방역에 힘썼다. 발 빠르게 선제대응을 했다. 그러나 최악의 예상이 현실이 돼버렸다. 8.15 광화문 집회가 재확산의 방아쇠가 되었고, 언론들은 준비라도 한 듯 교회관련 기사들을 쏟아냈다. 교회가 표적이 된 것이다. 경기종료 2분을 남겨놓고 자살골을 넣은 셈이다.

98년 월드컵으로 기억한다. 멕시코전에서 하석주 선수가 그림 같은 프리킥을 성공했다. 국민 모두가 열광했다. 16강의 문이 넘어설까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흥분이 가시기도 전 한 선수가 백태클로 퇴장 당했다. 좀 전에 골을 넣은 하 선수였다. 경기는 결국 1-3 석패로 끝났다.

적잖은 축구관계자들이 과도한 판정이라고 항의했다. 약소국의 비애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냥 졌다. 그리고 하 선수는 그림 같은 첫 골 대신, 바보 같은 첫 퇴장의 사람으로 남았다.

비약일지 모르나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 방역당국의 지나친 대응이라든가...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라든가... 정부의 정치적 의도라든가... 말은 많다. 그러나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냥 교회가 졌다. 보건소 직원에게 침을 뱉는 교인, 미안함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는 무례한 정치목사(?), 성찰보다는 변명에 급급한 교회들... 할 말이 없다.

우리 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봤자 내가 목사인 것과 우리가 한국교회라는 것이 변하겠는가? 누워서 침 뱉는 것 일뿐... 지금 우리에게 유일한 희망은 무너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무너뜨리신 교회는 하나님이 다시 일으키시기 때문이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다시 주일강단을 준비한다. 주여, 우리에게 긍휼을 베푸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