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하늘과 얄궂은 구름, 그리고 거세게 차오르는 강둑... 지난 한주는 물과의 싸움이었다.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말 그대로 물난리가 났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집이 쓸려가고, 논밭은 저수지로 변했다.

한강에는 때 아닌 물고기 구출작전이 벌어졌다. 폭우를 타고 둔치를 넘어온 물고기 백여 마리가 지하차도에 갇혀 돌아가지 못했다. 인근 미화원들이 뜰채를 들고 잡고는 강에 방류하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됐다.

교회 앞 도로도 잠시 물이 올라왔다. 예전 같으면 밤잠을 설치고 예배당을 지켰을 텐데 새 건물을 지으면서 기초를 올린 덕분에 별 탈이 없었다. 한 달 동안 진행된 교육관 공사는 신기하게도 폭우 전에 끝났다.

그런데 고민이 있었다. 지난주에 시작된 여름성경캠프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육부가 거의 멈춘 상태다. 선생들의 고군분투로 어렵게 예배만 지키고 있었다. 여름사역은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총회의 강권으로 온라인성경캠프를 시작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고픈 마음에 하루를 쪼개어 야외체험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물난리... 머리가 아파왔다. 괜한 일을 한 건 아닌지...

기도했다.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여쭈었다. 마음속에서 평안함을 주셨다.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마음이 솟아났다. “그냥 진행합시다. 혹시 모르니 B안을 만듭시다.” 말은 담담했다. 하지만 속이 탔다. 날씨예보를 보니 더욱 그랬다. “하나님, 맡깁니다. 아이들을 기억해주세요.”

분명 비가 온다고 했다. 하지만 날이 창창했다. 스타렉스 두 대에 아이들을 태우고 떠난다.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기도했다. “주님, 아이들이 하나님 살아계신 것을 보게 해주세요.”

“목사님, 길이 뻥뻥 뚫려서 엄청 빨리 도착했어요. 덕분에 다른 프로그램도 했어요.” “여보, 갯벌에 갔을 때 흩날리는 비가 내려서 편하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감사”라는 말 외에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살아계신 하나님, 역사하시는 하나님... 그분은 우리의 하나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