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2019년 국가인권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성인 남녀 13,077명이 참여했는데 쉽게 정리하자면 국민 중 얼마만큼이 제대로 인간대접을 받고 있는지 살펴본 것이다.

결과는 생각보다 나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심각한 차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 대상과 이유를 세부적으로 물었더니 가슴 아픈 대답이 나왔다. 이주민, 노인, 여성 순으로 많은 차별을 받고 있으며, 가난하고, 배운 게 적고, 전과가 있거나, 비정규직이라 갑질을 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제일 사람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나이 많고 가난한 실버들이었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차별까지 받으니 더 서러운 셈이다. 많은 시간과 물질을 자녀 키우는데 다 써버리고, 인생 황혼에 손에 쥔 것이 없는데 사회마저 냉대하니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언제나 청춘일 수 없고, 항상 황금기일 수도 없다. 우리가 늙고 병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사회가 실용적인 가치를 좇고, 사람들이 물질만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늙음은 죄가 된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이다.

비약일지 모르나 그래서 교회가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교회는 돈이 아니라 영혼을 좇고, 실용이 아니라 본질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예수님께서 디자인하신 교회에는 차별과 편견이 없다. 주의 몸 된 교회의 지체로써 각각의 모습에 따라 서로를 존중하고 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이라 대접 받는 것이 아니고, 능력이 많다고 높임을 받는 것도 아니다. 주 안에 한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기는 우리 교회 실버들만큼은 오랜 경험과 지혜가 잘 발휘되어 교회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실버의 한 명으로써 교우를 따뜻하게 섬기고, 겸손으로 지혜를 나눴으면 좋겠다.

1남전도회 실버들과 나들이를 다녀왔다.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던 만큼 소망도 크다. 우리 교회는 잘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