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아무래도 OOO 사장님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조금 심각한 목소리로 장로님이 연락하셨다. 교회 옆 땅을 매입한 분과 약속이 잡혔다는 얘기였다. 사실 그 땅은 내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다. 사고 싶었는데 사지 못한 미련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치 못했다는 부담과,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언제쯤 뵐까요?” “이번 주 안에 만나야할 것 같습니다.” 장로님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미 멋쟁이 사장님 한분이 앉아계셨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결론 이거였다. 경계지정... 교회 땅과 사장님 땅이 얽혀있기 때문에 건물을 부수고 경계를 측량해서 땅을 정리하자는 것이었다. 자칫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장로님의 지혜로운 제안으로 새로 건물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이왕 하신 김에 슬레이트도 정리하시죠.” 재정부실 위에 위험하게 깨져있는 석면조각들... 치울 수도 없고 치우기도 힘든 골칫거리였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지금 시청에 신청하면 공짜로 됩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리고 2달 뒤 시청직원과 사장님이 나타나셨다. 방호복을 입고는 후다닥 석면 슬레이트를 걷어가셨다. “여기도 될까요?” “잠깐만요. 음... 여유가 좀 있네요.” 그리고 주방 위 것들도 해결해주셨다.

다음 날, 미니 포클레인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작지만 강한 놈이었다. 이틀 만에 교회 뒤 건물들을 거둬버렸다. “목사님, 내일 경계측량 합니다. 꼭 참석하셔야 해요.” 그리고 노란 측량봉을 쥔 몇 분이 나타났다. 측정 후 빨간 말뚝을 박았다. 그때 알았다. 숨겨진 우리 땅의 넓이를...

“목사님, 내친 김에 재정부실 보수공사를 할까요?” “너무 좋지요. 저는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식당도 필요하구요.” 이렇게 예정에 없던 교육관보수공사가 시작되었다. 하나님이 밀어주셨다. 우리가 못하니 하나님께서 시작하셨다. “기대”라는 말이 지금처럼 가까웠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주님께 죄송하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