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천로역정 순례길에 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으세요.” 몇 년 전 이동원 목사님의 인생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천로역정 순례길이 완공되었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완성된 천로역정 코스는 존 번연의 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경험하는 책”이었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오픈한지 얼마 안 되어 답사를 갔다. 시간이 맞지 않아 세미나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저도 그 세미나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시 폐장이 되었다.

큰 바람이 지나간 이후 5월에 다시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광고를 시작했다. “천로역정 체험세미나 참가자 모집” 하지만 생각만큼 신청인원이 없었다. 애꿎은 전도사님을 쬐려 봤다. “그냥 없었던 일로 하지요.” “아니에요. 가실 분들이 있을 거예요. 우리 교회가 원래 좀 반응이 늦잖아요.”

막다른 주일이 돼서야 인원이 모였다. 나를 포함한 7명... “예약이 되겠어요?” “네, 3일전에 말하면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월요일 아침, 전도사님께 긴급히 연락이 왔다. “목사님, 세미나가 힘들 것 같아요. 인원이 모자란다고 하네요.” 최소인원이 10명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목사님, 어떻게 할까요?” “그냥 딴 데 가죠.”

새벽기도를 마치고 급히 생각을 짜내었다. 행선지를 잡고 일정을 만들고 어쭙잖게 이름을 붙였다. 일명 “강화도 선교투어” 가보지도 않았고,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경험하고 싶었다. 꿩 대신 닭의 위력을...

출발 당일, 교회에 모인 투어리스트들은 어디로 가는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목사님, 우리 팔려가는 거예요?" "멸치 똥 따러가는 거예요?” “가보시면 압니다.”

먼저 강화 최초의 선교지인 교산교회를 방문했다. 술집주인에서 그리스도인으로, 그리스도인에서 전도인으로 변화된 이승환 권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조선 최초의 선상세례를 받은 그는 강화도 선교의 밀알이 되었다.

뒤이어 황해도가 바로 코 앞인 망향대로 향했다. 얼마 남지 않을 해방의 시간을 위해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리고는 옛날 시장에 들렸다. 30년 전 장터의 모습을 간직한 소꿉장난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신나게 먹자쇼핑을 했다.

돌아오는 길, 아쉬운 마음에 해변카페에서 함께 차를 마셨다. 진담 섞인 농담을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목사님, 즐겁고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카톡에 기분 좋은 답글이 올라왔다. 오늘 하루는 뜻밖의 수확, 의외의 기쁨이었다. 꿩 보다 나은 닭이었다. 무엇보다 삼일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