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서 보이던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먼저 돋보기가 없이 성경의 작은 글씨를 읽기가 어렵다. 제품 포장에 적힌 식품성분표시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형님들의 어색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 볼똑 튀어나온 아이들의 이쁜 뱃살이 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사패산 곳곳에 번져있는 녹색 빛이 눈비시게 아름답다. 그리고 시골길에 피어있는 유채꽃이 마음에 들어왔다.

사실 그전까지 꽃은 꽃이요. 나는 나였다. 노랗든 빨갛든 그냥 꽃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철쭉과 진달래의 차이를 알았다. 개나리와 유채꽃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무엇보다 나는 유채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린 꽃대 위에 부끄럽게 달린 형광빛깔의 꽃이 좋았다.

어떻게든 교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어렵게 세 뿌리를 구해서 교회화단에 심었다. 어떤 크기가 좋을지 몰라서 상중하 하나씩 골라 심었다. 땅을 파고 물을 주고 심지어 축복까지 하며 잘 자라주기를 기대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갈 때마다 문안(?)을 했다.

며칠 잘 적응하는 듯 했다. 향기도 나고 벌도 다녀갔다. 하지만 한주가 지나고 나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급기야 노랗던 꽃이 누렇게 변했다. 제일 어린놈만 겨우 생명을 유지했다. “목사님, 어떻게 해요? 열심히 심으셨는데” “그러게요. 마음 같진 않네요. 내년엔 살아나야할 텐데요.”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유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비약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공동체가 보였다. 우리 교회는 각자의 영역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모인 분이 많다. 좋게 말하면 ‘어벤저스’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모자이크’다. 그래서 서로 다르고 어색하고 적응이 힘들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채조차 겪는 ‘이사앓이’이다. 아픈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생명을 위한, 하나됨을 위한 아픔은 견뎌야한다. 그 가운데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내년에 다시 유채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공동체 가운데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