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시작되고 나서 우리 가족의 몸무게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 제한된 활동들을 먹는 것으로 대체하면서 살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당뇨나 비만으로 사망(?)할 것 같아서 작심하고 중랑천변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접촉을 꺼려하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밤 10시 달밤체조”는 정상이 아닌 듯싶었다;; 그러나 벚꽃길이 열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걷는 사람도 늘었지만, 천변에서 바람을 쐬거나 술 마시는 사람도 나타났다.

총선이 지나고 완연한 봄이 오면서 상황은 더욱 달라졌다. 야외에 테이블을 깔고 왁자지껄 술을 마시는가 하면, 반려동물을 모시고 건강관리를 시켜드리는 인간집사들(?)도 등장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지킬 건 지켰다. 마스크도 하고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방역 에티켓을 지켰다. 하지만 지난주는 달랐다. 예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여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숨을 헐떡이며 조깅하는 청년들이 거리낌 없이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물론 감염확산속도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을 만큼 아니다. 누구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 아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마스크는 내가 아닌, 너와 우리를 위해 쓰는 것인데, 인내심이 바닥나면서 배려심도 바닥나 버린 것이다.

우리 교회는 좀 힘들어도 바이러스가 종식될 때까지 마스크와 라텍스장갑을 고수하려 한다. 물론 많이 불편하고 답답하다. 예배 집중도 안 되고 졸린다. 하지만 형제자매를 향한 사랑과 배려 역시 예배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좀 힘들더라도 함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교회고, 공동체다. 지금이야말로 배려의 힘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