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 번 한국인에게만 나타난 독특한 질병이 있다. 일명 ‘명절증후군’이다. 이 질병은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증상을 말한다. 최근에는 ‘명절 자살’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명절(名節)은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하는 날이다. 특별히 설은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새해 새 마음을 다지는 날이다. 가족공동체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축복하며 새 출발을 시작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명절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의무만 남게 된 것 같다. 비약하면 유명무실한 날이 된 것이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분명 한국의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의 탓도 있다. 그래서 웃픈 말로 며느리들은 ‘시’래기, ‘시’금치를 싫어한다고 한다.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노동 때문에 고부간의 갈등과 동서간의 다툼이 흔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명절 상간에 벌어지는 갈등은 이미 누적된 것이다. 단지 함께 모였기 때문에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명절증후군의 원흉은 다름 아닌 ‘소통의 부재’이다. 이미 닫혀버린 마음 때문에 대화할 수 없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상처와 무분별한 기대감이 담이 되고 짐이 된다. 어느새 ‘가족’이라는 따스한 단어를 냉랭한 무게로 주저앉아 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고 제대로 이름값 하는 명절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엡 2:14,16)

초대교회의 가장 큰 숙제는 헬라파 유대인과 예루살렘 유대인 간의 갈등이었다. 성령충만도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었다. 이러한 갈등 앞에 서있던 바울은 한 가지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남은 십자가’였다. 누군가 죽어야만 화평이 이루어진다는 뻔한 결론을 내렸다. 뻔하지만 정말 힘든, 정확히 표현하면 피하고 싶은 정답이었다.

명절을 명절답게 만드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사랑으로 지고 가야할 십자가이다. 영혼을 살리기 위한 십자가이다. 다가오는 설은 모든 교우들이 ‘가족 살리기’에 목숨을 걸길 기대한다. 그렇게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