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 상에 돌아다니는 웃픈 농담이 있다. “우리 동네 아줌마가 코로나19 무서워 아무데도 안 나가고, 집안에서 밥만 먹고 운동도 안하고 일주일을 지났는데, ‘확찐자’로 판명이 났다네요...... 살이 확 찐자”

이 농담은 우리 집에서만큼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이미 사실이 되었다. 학교도, 밖에도, 친구 집도 갈수 없는 아이들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아이들을 돌보던 아내는 되레 스트레스를 받아 다이어트줄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난 마구 먹는 아이들과 같이 먹는 아내 옆에서 생각 없이 따라 먹다가 확찐자가 돼버렸다.

우리 집 확찐자들의 이동경로는 “식탁→쇼파→냉장고→쇼파→침대→냉장고→식탁”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확찐자들은 “살천지”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뭔가 싶어 이동경로를 바꾸고 싶었다. 요즘 나는 정말 필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대인접촉을 삼간다. 교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인적이 드문 시간을 골라서 야밤산책을 했다. 밤 11시, 간첩처럼 마스크를 하고는 중랑천변을 걸었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있었다. 나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천변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했다. 앞으로 예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집에 갇혀계신 실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한 달째 만나지 못한 어린이부 아이들은 어떻게 돌봐야할지...

그러다가 의정부 경계를 벋어나 버렸다. 온 만큼 돌아가야 하니 시간을 계산하면 12시가 훌쩍 넘는다. 방향을 틀었다. 다시 돌아온다.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을 바닥에 놓아버렸다. 어차피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길... 주님이 몰아가신 길... 하나님만 바라보자고 다짐했다.

머릿속에 찬양이 맴돌았다. “지금은 내가 볼 수 없는 것 너무 많아서, 너무 멀리 가물가물 어른거려도... 차츰차츰 안개는 걷히고, 하나님 지으신 빛이 뚜렷이 보이리라...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네.”

그래... 나는 실수해도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주님은 우리를 인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