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즉 시간여행은 영화에 자주 사용되는 매력적인 소재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따져본다면 넘어설 수 없는 물리적 논리적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간여행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둘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바로 과거에 대한 미련과 현재에 대한 싫증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과거로의 여행이 훨씬 어렵다고 한다. 복잡한 역설과 모순들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영화들이 더 어려운 과거 여행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마음에 과거의 자리가 크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에서 몇 년 전 개봉된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가 방영되었다. 이 영화 역시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것과 차별된다. 왜냐하면 시간여행 자체가 아닌 시간의 의미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하는 이유는 사랑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아내를 만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았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다. 오늘 하루의 일상, 만나는 사람들과 평범한 경험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편린 같은 시간 속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다. 시간여행의 능력보다 더 대단한 마음의 여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번 봤던 영화임에도 더 집중하며 본 이유는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만일 지금 내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언제인가 묻는다면 “한 달 전, 2월 16일”이라고 답하겠다. 그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의 소중함을 지금에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는 마스크를 끼지 않고도 대화했다. 손세정제로 닦지 않고도 악수했다. 비말을 염려하지 않고도 식사했다. 무엇보다 마음 졸이지 않고 크게 찬양했다. 그렇게 하나님을 예배했다. 지금은 너무 낯선, 그래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 돼버렸다. 그만큼 후회하고 반성한다. 하나님께서 다시 그 시간을 돌려주신다면 정말 행복하게 기쁘게 감당하고 싶다. 꼭 그렇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