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고교시절 시험에 자주 나오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있다. 지금은 친일문인으로 밝혀져 교과서에서 삭제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시를 애송한다. 아마도 이 시가 품고 있는 “깊은 서정성”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시를 읽기 전에 소쩍새가 뭔지를 몰랐다. 그리고 소쩍새 우는 것과 국화꽃 피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시인은 소쩍새 울음소리와 국화꽃 피는 소리와 연결시켰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비약이 좋은 시를 만들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우리네 인생 역시 숨겨진 고통의 과정을 통해 열매를 얻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 비현실적 현실이 국화꽃을 피우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와 콜레라를 구별 못하는 사이비교주... 작은 바이러스로 유령도시가 돼버린 큰 도시...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2시간 줄을 서는 행인들... 얼굴도 못보고 집에서 드릴 수밖에 없는 방콕예배...

모두 알지 못했다. 우리의 3월이 이렇게 고요하리라고는... 하지만 고요한 시간 동안 소쩍새는 울고 국화꽃은 피리라.

나는 지난 주 교역자들과 소쩍새를 찾아다녔다. 우리의 소쩍새는 용산에서 울었다. 불안한 방송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2주를 뛰어다녔다. 전문지식은 짧고 돈도 부족하니, 발품 파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거금 2백여만 원을 투자하여 방송용 컴퓨터를 구입했다. 기대감을 품고 교회로 돌아왔다. 그러나 강도사님 왈 “목사님, 또 꺼졌어요.”

원인을 몰랐다. 이유를 찾으려고 수차례 용산에 갔다. 하지만 거기선 정상, 교회에선 고장... 결국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컴퓨터가 아니라 예배의 중심이 고장 나 있다는 것을... 주님은 계속 내게 참된 예배가 무엇인지 질문하셨다.

물론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만 진짜 예배라는 말은 아니다. 참 예배는 예배를 사모하는 자가 드린다. 어쩌면 우리가 그 중심을 놓쳤기 때문에 주님께서 예배를 흩으신 것 같다. 못된 컴터 옆에서 못난 나는 예배 꽃을 피우기 위해 그렇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