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국무총리와 정부 책임자들이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이 아니다. 감염의 주경로가 된 신천지 신자명단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도 아니다. 이유는 매우 사소했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마스크 공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총리는 전날 전국의 우체국, 농협, 약국을 통해 350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믿고 동네 우체국으로 향했다.(사실 나도 갔다;;) 그러나 없었다. 마스크 냄새도 못 맡았다. 입구에 안내문 하나가 달랑 붙어있었다. “마스크가 없음, 3월 이후 입고 예정”

물론 나랏일을 하다보면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 모든 불편을 챙길 순 없다. 이번 마스크대란도 그렇다. 정부는 분명 수급계획도 세웠고, 생산업체와 계약을 했다. 이 기쁜 소식을 국민들에게 알려서 안심시켜야겠다는 선의도 이해한다. 생산-유통-배급까지의 과정을 하루 만에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감안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마음에 더 이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무서운 보도들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사소한 말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 마음을 써야했다. 자칫 마음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매업자들의 매점매석과 중국보따리상들의 마스크 사재기에 화가 난 국민들이 바라볼 것은 정부밖에 없었다. 믿고 찍고 세워준 정치인들이 이 일만큼은 해결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사소한 마스크마저 해결 못하는 정부의 무능이 “무관심”처럼 느껴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마스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올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책임자들의 무거운 책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좋겠다.

우리 교회 역시 그렇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소한 것에 마음을 써야한다.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마음을 감동시킬 따스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세상의 변화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진리를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