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며칠 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방역시스템이 “지역감염”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한 사이비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된 바이러스감염은 대구시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 표현 그대로 “심각(深刻) 수준”이다.

이와 같은 엄중한 상황을 놓고 여러 비판들이 오르내린다. 중국인 입국자를 막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비판... 근거 없는 낙관론을 퍼뜨려 국민을 속인 질병관리본부의 탓이라는 비판... 의사협회 등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주장... 물론 그런 면이 있다. 가능한 비판들이다. 하지만 사실 모두 결과론적 접근이다.

주목할 문제는 현 사태를 놓고 무분별한 주장들이 사람들을 혼란케 한다는 것이다. 신임국무총리 이름이 “세균”이어서 감염이 확산된 것이다... 교회를 핍박하는 좌파정부를 심판하기 위한 재앙이다... 반대로 하나님께서 꼴통보수의 성지인 대구를 치신 것이다... 보수가 도로 새누리당이 되었기 때문에 신천지를 통해 경고한 것이다... 모두 말 같지 않은 말들이다. 불안과 분노를 다른 대상에 돌리기 위한 나쁜 생각들이다.

사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나님께서 왜 이런 어려움을 허락하셨는지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단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정함과 따뜻함”이다. 이성적 판단으로 상황을 직시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책임을 따지고 원인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지금은 마음을 모아 함께 이겨내야 한다.

특별히 신앙인은 더욱 그렇다. 믿음의 힘은 환난 가운데 드러난다. 나라의 어려운 고비 때마다 우리 선조들은 기도의 무릎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어야 한다. 지금은 다시 기도할 때이다. 솔직히 앞으로 교회일정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주님께서 바른 판단을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은 확신이 있다. 환난 가운데 긍휼을 잃지 않으시는 하나님... 나는 그 하나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