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하락, 고용지표 불안, 그리고 중국발 우한 폐렴 확산까지... 이번 설은 여러모로 우울한 소식들이 많다. 더구나 설 연휴가 주말과 겹치면서 '명절 같지 않은 명절'을 보내신 분이 적잖겠다. 예전이면 설 당일에 시내가 한산했다. 그런데 올해는 영업을 쉬지 않는 가게가 많아졌다.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뜻이고, 여유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장 섭섭한 분들은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일 것이다. 이날 하루만 바라보며 음식을 장만하고 이야기보따리를 쟁여놓은 분들이 많았을 텐데 이런저런 이유로 발길이 끊긴 자녀들 때문에 쓸쓸하고 어려운 밤을 보내는 분들이 적잖겠다.

사실 나는 청년목회를 해왔던 터라 실버를 잘 몰랐다. 우리 교회에 온 후 실버 한분 한분을 만나면서 노년의 삶과 그 회한을 조금씩 경험하게 되었다. 힘이 닿는 한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드리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그분들이 우리의 내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다가 기사 한 줄을 읽었다. “독거노인 놀이터 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증설되면서 공항을 찾는 어르신들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문화행사, 넓은 편의시설, 그리고 적당한 실내온도까지... 인천공항은 한 마디로 실버를 위한 최고의 놀이터, 최상의 사랑방이 돼버렸다. 오고가는 외국인들과 여행객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졌다.

“명절에 찾아오는 아들 하나 없는 사람끼리 모여 있으니 가족 같아요.” “즐겁게 여행 가는 사람들을 보며 대리만족합니다,” 물론 공항 관리인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쓰레기 처리, 질서 유지 등 뒷감당이 잔뜩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곳이 이분들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이분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당장 따뜻한 눈길, 훈훈한 말 한마디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