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헌법에 따르면 목사는 가르치는 장로이다. 물론 가르침의 범위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강단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목사가 감당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설교다.

예전 미국의 저명한 설교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많은 목회자들이 기대를 가지고 설교세미나에 참여했다. 설교의 대가에게서 특별한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강의는 기대만치 못했다. 너무 원론적이었기 때문이다. 단 설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열심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질문과 대답 시간이 있었다. 목회자 한분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한국 목회자들은 설교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 한주에 10편 이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강의하신대로 밀도 있게 말씀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사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사는 즉시 이렇게 말했다. “Is it true? Is it possible?" 못 믿겠다는 말투였다. 실제로 미국 목회자들은 한주에 한편의 설교를 준비한다. 많아봤자 2편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매일 강단에 서는, 그것도 준비가 부족한 채 강단에 서는 한국의 목회현장은 미국 목회자들이 볼 때 비상식이었다.

비상식적인 현장은 비상식적인 현상을 만든다. 설교 준비를 게을리 하거나, 남의 설교를 카피하는 목사들이 늘어났다. 심지어 목회자들 사이에서 은연중에 공유되는 설교은행도 생겨났다.

그렇게 까진 아니더라도 빈도가 높은 설교는 강단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너무 많은 설교는 삶의 설교, 진짜 설교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인간적인 교제, 프로그램, 이벤트로 강단의 결핍을 채웠다. 이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ㅜㅜ;;

맞다. 지금 연말연시 설교가 너무 많다고 투정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진짜 힘든 것은 많은 게 아니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습관 같은 강단이 될까봐 두렵다.

나부터 그러지 말아야겠다. 한 말씀이라도 하나님의 음성을 찾고 듣고 순종해야겠다.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분은 목사가 아니라 바로 주님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