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열 시청도 모자라 본방사수까지 하는 목사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는가? 그것도 주말 드라마를 말이다. 부끄럽게도 내가 바로 그 목사다. 제대로 된 TV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애시청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서 야구 드라마를 시작했다. 워낙 야구를 좋아한 탓에 관심 있게 첫 회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드라마를 끊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야구 때문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야구선수나 야구에 관한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는 그저 소재일 뿐, 본론은 무너진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고독한 리더의 이야기이다.

모기업에서조차 포기한 만년 꼴찌 야구팀, 갑자기 단장 자리에 오르게 된 주인공은 오랜 텃세와 폐단, 팀원 사이에 팽배해있는 패배감과 싸우며 죽어가는 팀에 호흡을 불어넣는다. 그를 지지하거나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대표이사조차 단장의 노력을 못마땅해 한다.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냉철한 현실파악과 포기하지 않는 뚝심 뿐... 좌충우돌 많은 부딪힘과 해프닝들이 벌어지지만, 이 속에서 팀을 살리려는 리더의 진심이 드러난다. 그리고 팀원들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첩첩산중... 산을 하나 넘으면 다른 산이 있다. 포기해야하는 몇 번의 위기 속에서 그는 더 고독해지고, 더 뜨거워진다.

드라마는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다. 아직 끝을 모른다. 그럼에도 답답한 한숨을 내쉬면서 챙겨보는 이유는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겠다. 나는 주인공처럼 냉철하지도 완벽하지도 강하지도 않다. 한해를 시작하며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작은 사람이다. 그러나 교회를 살리고 싶은 마음 하나만큼은 간절하다. 주님께서 이 마음 때문에 이때껏 나를 붙드신 것 같다. 부끄러운 부탁이지만 새해 벽두부터 성도들께 이 말씀을 드린다. “박 목사를 도와주세요. 함께 교회를 살립시다.”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처럼 우리 역시 행복한 결말을 맺을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