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될까 싶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것도 집 앞에서... 하지만 은혜 가운데 성탄전야 저녁 송 프로젝트를 마쳤다.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준비에 비해 훨씬 괜찮았다. 발표회를 마친 후 밤 9시가 넘어 회룡역으로 이동했다. 바닥에 초를 깔고 기타소리를 점검하고 대열을 만들었다. 테이블에 핫 초코와 쿠키를 올려놓았다. 준비 끝, 저녁 송 시작.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어둠은 가로등에 묻혔고, 고요함은 차량소음에 사라졌다. 가슴이 오그라들었다. 갑자기 목이 메여왔다. 그래도 명색이 목사인데 이러면 안 된다는 오기에 더 크게 찬양했다.

두 가지 영상이 스쳐갔다. 대학시절 점심때마다 모이던 본관 옆 느티나무(사실 아직도 나무이름을 잘 모른다;;)... 그곳에서 부르던 찬양소리와 외계인처럼 바라보던 학우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청년부 형님들과 밤새 부르던 새벽송이 생각났다.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던 교인들과 맛난 간식들, 한가득 안고 돌아오던 과자보따리가 기억났다.

그만한 낭만과 즐거움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있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제대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예수만 믿는 예수쟁이...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고요가 사라지고 어둠이 가셔버린 거리에 우리의 거룩함은 떨림과 낯설음이 되어 그렇게 숨 쉬고 있었다.

저녁송을 마치고 외미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소음은 사라지고 불빛도 잦았다. 교인들과 함께 마을 중앙에 동그랗게 원을 지어 작은 예배를 드렸다. “노엘 노엘...”

함께 기도를 드렸다. 눈물 한 움큼이 가슴에서 올라왔다. 5년 전 이곳을 돌며 주님께 드리던 기도들이 생각났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버린 외미 어르신들과 아직도 풀리지 않은 마을의 해묵은 갈등이 가슴을 찔렀다. 떨리는 마음으로 외쳤다. “하나님은 외미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꼭 들려주고 싶었던 하나님 마음, 주민들의 마음에 닿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곳에서 이렇게 인생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다시 응답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