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던 해, 나는 중국 땅을 밟았다. 그해 겨울은 무척 추웠다. 그리고 나의 첫 중국생활 역시 많이 추웠다. 계획은 무너졌고, 생각은 쓸모없었다.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막막하기만 했던 그 겨울에 나는 기도를 배웠다. 그리고 봄이 왔다. 사역의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학생들을 만났다. 그렇게 내 처음 선교사역이 시작되었다.

신학원 학생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찬양을 가르쳤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삶을 나눴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원감선생님께서 상의할 것이 있다면서 조용히 부르셨다. “아이들과 함께 성탄절 행사를 준비해야하는데 선생님께서 담당해주셨으면 합니다.”

중국에서 성탄절은 매우 중요한 절기였다. 신앙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중없이 교회를 찾았다. 성탄전야행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오천 명은 거뜬히 넘을 관객이 모였다. 당연히 출연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 두 달 넘게 준비를 했다. 마지막 몇 주는 매일 모이다시피 했다.

“학생들이 아직 기타가 서툴러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무대경험도 많지 않아서요.” “저는 선생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머리가 아팠다. 거절할 수 없는 반강제 부탁이었기 때문이다. 곡 선정이 제일 문제였다. 너무 뻔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 곡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만 지나갔다. 결국 직접 쓰기로 했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어 찬양을 썼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코드를 짜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들었다. 문제는 가사였다. 도대체 1도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해서 밤거리를 나섰다. 여전히 추운 겨울, 하지만 머리는 식지 않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았다. 여기까지 함께 하신 하나님, 아직도 갈 길이 먼 중국교회... 갑자기 가사 한 소절이 지나갔다. “성탄의 종소리가 하얗게 퍼지는 이 밤, 주 오시던 그날처럼 어둠에 잠긴 세상” 성탄의 밤, 이 찬양이 울렸다. 그리고 학생들도 나도 같이 울었다. 내게 가장 뜨거운 성탄절의 기억... 그때의 눈물이 그립다. 학생들이 많이 보고 싶다.